자장면의 슬픈 이야기

 

 

 

 

 

저녁무렵 음식점 출입문이 열리더니

 

한 여자아이가 동생들을 데리고 들어왔다.

 

초라한 차림의 아이들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주방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았다.

 

 

영철이 주문을 받기 위해 아이들 쪽으로 갔을 때

 

큰 아이가 동생들에게 물었다.

 

 

"뭐 시킬까? "

 

"자장면."

 

"나두......"

 

"아저씨, 자장면 두 개 주세요."

 

 

영철은 주방에 있는 아내 영선에게

 

음식을 주문한 후 난로 옆에 서 있었다.

 

그때 아이들의 말소리가 그의 귓가로 들려왔다.

 

 

"근데 언니는 왜 안 먹어?"

 

"응, 점심 먹은 게 체했나 봐.

 

아무것도 못 먹겠어."

 

 

일곱살쯤으로 보이는 남자아이가

 

나무젓가락을 입에 물고 말했다.

 

 

"누나, 그래도 먹어.

 

얼마나 맛있는데."

 

 

"누나는 지금 배 아파서 못먹어.

 

오늘은 네 생일이니까 맛있게 먹어."

 

 

큰아이는 그렇게 말하며 남동생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언니.. 우리도 엄마 아빠가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저렇게 같이 저녁도 먹구."

 

 

바로 그때 영선이 주방에서 급히 나왔다.

 

그녀는 한참동안 아이들 얼굴을 바라보았다.

 

 

"너 혹시 인혜 아니니? 인혜 맞지?"

 

 

"네 맞는데요.

 

누구세요?"

 

 

"엄마 친구야. 나 모르겠니?

 

영선이 아줌마.

 

한 동네에 살았었는데,

 

네가 어릴 때라서 기억이 잘 안 나는 모양이구나.

 

그나저나 엄마 아빠 없이 어떻게들 사니?"

 

 

그녀는 아이들의 얼굴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인정이도 이제 많이 컸구나."

 

 

그제야 아이들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조금만 기다리고 있어.

 

아줌마가 맛있는 거 해다 줄게."

 

 

영선은 서둘러 주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잠시 후 자장면 세 그릇과

 

탕수육 한 접시를 내왔다.

 

아이들이 음식을 먹는 동안

 

그녀는 내내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안녕히 계세요."

 

"그래, 잘가라. 차 조심하구..

 

자장면 먹고 싶으면 언제든지 와, 알았지?"

 

 

"네....."

 

 

어두운 길을 총총히 걸어가는 아이들의 뒷모습이

 

처마 끝에 매달려 제 키를 키워 가는

 

고드름처럼 힘겨워 보였다.

 

아이들이 가고 난 뒤 영철은

 

영선에게 물었다.

 

"누구네 집 애들이지?

 

나는 기억이 안 나는데."

 

 

"사실은,나도 모르는 애들이에요.

 

엄마 아빠가 없는 아이들이라고 해서

 

 

무턱대고 음식을 그냥 주면

 

아이들이 상처받을지도 모르잖아요.

 

그래서 엄마 친구라고 하면

 

아이들이 또 올 수도 있고 해서....."

 

 

"그런데 아이들 이름은 어떻게 알았어?"

 

 

"아이들이 말하는 걸 들었어요.

 

주방 바로 앞이라 안에까지 다 들리던데요."

 

"이름까지 알고 있어서

 

나는 진짜로 아는 줄 알았지."

 

 

"오늘이 남동생 생일이었나 봐요.

 

자기는 먹고 싶어도 참으면서

 

동생들만 시켜주는 모습이

 

어찌나 안돼 보이던지....."

 

 

 

영선의 눈에 맺혀 있는 눈물은

 

금방이라도 흘러내릴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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