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트호벤과 강소국의 조건

 

 

꿈의 무대로 불리는 유럽 챔피언스 리그 4강에 진출한 히딩크 감독의 팀 PSV 아인트호벤.

이 팀은 네덜란드 프로축구 리그에서 영원한 우승 후보로 손꼽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팀 재정 상황은 늘 빠듯하다.

네덜란드 리그는 시장이 좁아 유료 관객 수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 만큼 기업들의 후원 금액도 넉넉하지가 않다.

그런데 요즘 이 팀의 재정 상황은 전례 없이 좋다.

희한한 상술 덕이다.

이 팀은 비유럽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젊고 유망한 선수들을 싼 값에 들여온다.

그리고 이 선수들을 키워 비싼 값에 유럽 내의 빅 리그에 팔아먹는다.

세계 최고의 스트라이커 호나우도가 그런 전철을 밟았다.

히딩크 감독이 부임한 이후에는 공격수 케즈만과 로벤을 키워 영국의 부자 구단 첼시로 이적시켰다.

박지성 선수도 이들의 뒤를 따를 가능성이 높다.



아인트호벤의 이 상술에 강소국(强小國) 네덜란드의 성공 비결이 모두 함축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나라는 적은 인구와 부존자원, 그리고 외세로 둘러싸인 지정학적 위치에도 불구하고,

16세기 중반 이후 오늘날까지 세계 일류 국가의 대열에서 탈락한 적이 없다.

이를 가능하게 한 원천은 바로 부가가치 높은 중개 무역이었다(프로축구 선수를 하나의 상품으로만 이해하자).

외부에서 상품을 들여다 부가가치를 높인 후 다른 나라로 판 것이 성공의 비결이다.

그렇다면 네덜란드의 어떤 점이 부가가치 높은 중개 무역을 가능하게 했을까?



다시 아인트호벤팀의 예로 돌아가 보면, 이해가 빠를 수 있다.

개방·실용성·트렌드 주도력, 이 세 가지 요인이 결부돼 있어서 가능했다.

언제든 외국 선수를 불러들이고, 국적이 다른 이들끼리 별 탈 없이 뭉칠 수 있도록 배려해 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세계 축구의 흐름을 미리 알고 여기에 걸맞는 젊고 유망한 선수를 발굴하는 능력이 있었다.

이들을 키워 다른 나라에 보내놓고도 아인트호벤 팀 전력이 떨어지기는커녕 오히려 계속 상승해 왔다.



이 세 가지 요인이야말로 바로 지금 우리 경제에 가장 절실한 것들이다.

우리 정부가 공격적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 나서는 것도 바로 개방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앞으로 50여 개국과 협상을 벌여, 2007년까지는 이들 가운데 15개 나라와 자유무역협정을 맺을 계획이다.

개방이 확대될 때 유의해야 할 점이 바로 명분에 집착해 실리를 잃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현재 독도와 역사 교과서 문제로 일본과 부딪치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경제적 실리까지 내팽개쳐서는 안 된다.

이것이 바로 실용성의 문제다.

또 중국과 일본, 더 나아가서는 미국 사이의 견제와 협력 관계에서

작은 나라인 우리가 상황을 주도해 나갈 수 있는 감각이 바로 트렌드 주도력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의 상황은 우리가 강소국이 될 수 있는지를 시험해 볼 좋은 기회이다.

 

김방희 경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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